신입인 내가 혼자 마케팅 콘텐츠를 만든 이야기

2025.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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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표님께서 영업을 나가신다고 하시면서,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요약본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기존의 카탈로그는 내용이 너무 많고, 페이지가 여러 장이라 영업 현장에서 빠르게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홍보 책자도 너무 올드했습니다. 그래서 한 장짜리 전단지처럼 간단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자료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제품의 모든 정보를 한 장에 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 과정을 한 번 남겨보려 합니다.


사용자 중심의 기획과 디자인 전략


저는 회사의 1인 디자이너로서 기획부터 구성, 내용까지 전 과정을 혼자 담당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바쁜 제조 현장에서 조립이나 제작을 도운 경험 덕분에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기에 혼자 기획하는건 문제없었습니다.

우선 꼭 담아야 할 핵심 정보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제품의 특장점이나 대표 이미지를 나열하기보다는, 고객이 실제로 가장 궁금해할 게 무엇일까? 어떤 정보가 이 제품을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며, 사용자의 입장에서 접근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훑어볼 수 있도록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디자인의 밀도는 높이되 복잡하지 않게 구성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디자인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사용자 관점에서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폰트 크기와 레이아웃에도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고, 가까이서도 읽기 편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디자이너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지식이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디자이너로서 욕심을 낸 부분은, 이 홍보 책자를 받는 사람이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브랜드 톤을 유지하면서도 깔끔하고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목표, 다른 시선

처음 컨펌을 받으러 들고 갔던 시안입니다. 이 역시 여러 차례의 조율과 피드백을 거쳐 완성된 디자인이었습니다. 다만 진행 과정에서 방향이 점점 산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앞면에 회사의 연혁이나 스토리를 담을 계획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동종 업계에서는 흔치 않게 출고 전 전 제품을 하나하나 전수 검사한다는 점, 자체적인 연구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개선해나간다는 점 등,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 ‘열려 있는 회사’라는 우리의 슬로건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홍보물은 주로 대리점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 회사의 스토리를 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은 제품의 특징에만 집중하길 원하셨고, 이 과정에서 나와 대표님 사이에 어느 정도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이 제품을 직접 연구·개발하신 분이기에, 그만큼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는 것도 이해가 됐다. 또 내가 미처 보지 못하는 관점을 가지고 계실 수 있다는 생각에, 결과적으로는 대표님의 의견을 수긍하게 되었다.

수많은 특장점들 중에 제가 넣은 정보들은 이렇습니다.

  1. 자영업자분들은 제품의 고장 시 A/S 문제를 가장 우려하십니다. 특히, 배관이 외부에 노출된 제품은 사용 중 찌꺼기 축적이나 손상 위험이 높아 문제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관을 내부에 숨겨 내구성을 강화한 제품으로 어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업장마다 사용하는 그릇의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므로, 배관을 내부에 숨김으로써 얻는 넓고 효율적인 내부 공간 역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처럼 실제 사용 환경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장점을 중심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자사 제품만의 한 가지의 특징으로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2. 보통 자영업자분들은 식기세척기를 카운터 아래에 빌트인으로 설치해 사용하십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언더카운터 식기세척기의 경우, 스팀이 뒷면으로 집중 배출되어 사각지대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나무로 된 카운터 상판이 들뜨고 손상돼 인테리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제품은 스팀이 한쪽으로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어 배되기 때문에, 벽면이나 상판 손상 없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하는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3. 주방 설비에 따라 배수구가 식기세척기보다 높게 시공된 경우에도, 강력한 펌프의 힘으로 배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물때와 세균 번식을 막고 청결한 위생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기능은 청소 외에도 직원 관리 등 다양한 일에 신경 써야 하는 자영업자분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선택한 요소입니다. 또한, 현장에서는 주방 설비가 미흡하게 시공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러한 배수 구조는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객센터에는 식기세척기의 물때나 청소 세제에 대한 문의가 자주 들어오며,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구성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렇게까지 달라질 줄은 몰랐다

최종 완성본입니다. 앞면에는 처음 기획과는 달리 텍스트를 모두 제외하고, 대표님의 강력한 요청으로 설치 사진이나 배치도 같은 다소 맥락과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들을 넣었습니다. 말 그대로 점점 산으로 가긴 했습니다... 앞면에는 언더카운터 식기세척기라면 대부분의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일반적인 특징들을 담았고, 뒷면에는 우리 회사 제품만의 차별화된 장점들을 나열했습니다.

또한 뒷면에는 전과 달리 피드백을 반영해 전후 비교 사진을 넣기로 결정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여러 장의 비교 사진을 활용했지만, A4 사이즈 인쇄물에서는 이미지를 여러장 넣으면 오히려 인상이 흐려질 수 있다는 판단하에, 적당한 크기를 유지하는 쪽으로 타협해 하나의 사진만 넣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디자인에 비교 사진을 적용해 보니 전달력은 훨씬 강화되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한눈에 이해하기 쉬운 구성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해보지도 않고 가능성을 단정 지은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은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

이번 경험을 통해 핵심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많은 정보를 나열하는 것보다 설득력이 훨씬 크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욕심을 내려놓고,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자가 정보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가’를 삼는 것이야말로 진짜 설득력 있는 디자인이라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 과정은 특히 '소비자의 공감을 얼마나 불러일으키는가’, 그리고 ‘실제로 설득력을 갖추었는가’가 디자인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더욱 확실히 자각하게 해주었습니다.

명함 작업에 이어 본격적으로 편집디자인을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머리가 아팠습니다. 실무적인 지식이 부족해 매번 시행착오를 겪지만, 그만큼 확실히 내 것이 되어 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글에는 이 자료를 가지고 실제 영업 현장에 나간 결과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반응이 매우 기대됩니다. 저는 매일 업무 시작 후 30분 동안 커머스 플랫폼에서 제품 상세페이지와 베스트셀러 브랜드를 분석하곤 합니다. 자주 ‘어떤 표현이 클릭을 유도하는가?’, ‘가격·사용자 후기 비교 구조는 어떠한가?’를 집중해서 파악하며,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 있는 자료 구성에 작지만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온라인 커머스가 발전함에 따라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인터넷이 저렴하다고 해서 충동구매 등 덥석 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비교 분석 사이트도 잘되어있고 어느정도 상향 평준화도 돼서 이제 소비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비교분석을 합니다. 현재의 온라인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정보에 기반해 합리적 결정을 내린다는 점입니다. 소비자 대부분이 가격 비교를 거쳐 구매를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제품의 특장점과 차별화, 이미지 등의 디테일이 구매 전환 여부를 좌우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잘 만들기만 하는 제조사'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 진정한 차별화 요소를 갖춘 제품을 설계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경험을 통해 저는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시장은 물건을 잘 만드는, 말 그대로 제품을 잘 만드는 제조업자들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