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들어와서 처음 만든 명함 이야기

202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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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당시 대표님이 사용하던 명함은 영업용으로 제작된 디자인이라 정보가 빽빽하고 가독성이 떨어졌으며, 전반적으로 촌스러운 인상이 강했습니다. 이런 명함으로는 프랜차이즈나 기업을 상대하는 영업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대표님의 요청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신뢰감을 주는 새로운 명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인쇄 디자인은 처음이었지만, 막막함과 설렘을 안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대리점용 디자인, 기업 영업에는 부족했다


먼저 기존 명함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이 명함은 정보가 빽빽하게 들어가 있고, 글자 크기나 정렬도 제각각이라 한눈에 읽기 어려웠습니다. 종이 재질도 얇아서 손에 쥐었을 때 신뢰감이 떨어졌고, 전반적으로 세련됨보다는 ‘명함을 가장한 전단지’ 같은 느낌이 강했죠. 이런 명함으로는 프랜차이즈나 기업을 상대하는 자리에서 회사의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새 명함을 기획하다, 브랜드를 담아내기

기존 명함의 문제를 정리한 뒤,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님은 “프랜차이즈나 기업 미팅에서 신뢰감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주셨어요.
그래서 정보는 간결하게 정리하고, 주요 요소를 시각적으로 계층화해 한눈에 읽히도록 설계하기로 했고 평량이 높은 고급지를 사용하기로 했죠.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대만과 호주로 수출도 하고 있고, 한국 업자들이 해외 바이어를 공장에 데려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앞면은 한글, 뒷면은 영어로 구성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작은 카드 한 장이 해외 바이어에게도 회사의 첫인상을 전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며 레이아웃과 문구를 다듬었죠.

정보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기존 명함은 정보가 모두 오른쪽 정렬로 되어 있었는데, 저는 이 레이아웃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불편하다고 느꼈습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왼쪽에서 ‘010’을 찾아 또다시 오른쪽으로 시선을 이동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 명함에서는 한 방향으로 시선이 흐르도록,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번호를 배치할 때는 텍스트 대신 아이콘을 사용했습니다.
기존 명함에서는 Fax처럼 글자를 직접 표기했지만, 저는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팩스 번호라는 것을 굳이 글자로 읽지 않고도 아이콘만으로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죠. 이렇게 하면 시각적으로 더 깔끔해지고, 불필요한 텍스트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회사 명함에는 이미 건물, 전화, 메시지, 등 의미를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기본적인 아이콘과 정보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과 욕심이 반영된 부분이라,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보통 직책 뒤에 이름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영어로 표기하다 보니 글자가 길어져 오른쪽 로고 영역을 침범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직책을 아래로 내렸는데, 레이아웃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긴 하지만, 과연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하는 고민이 남습니다.


완성 후, 달라진 경험


사실 저는 스토어 상세페이지나 CS, MD 업무만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인쇄 디자인은 완전히 처음이었습니다. 막막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처음 실물 디자인 작업에 도전하면서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특히 모니터에서 보는 색감과 실제 인쇄된 색이 다르기 때문에 굉장히 긴장했습니다. 인터넷에 주문할 때도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면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별것도 아닌 일에 그렇게까지 긴장했던 게 웃기기도 하네요.

회사 프린터기로는 적어도 20번 이상 출력해보며 레이아웃과 폰트 사이즈들을 익히려 애썼습니다. 200g 평량 종이가 얼마나 두꺼운지 몰라 소수점 저울로 종이를 포개어 재기도 했죠. 정말 사소한 부분에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만큼 신중하고 꼼꼼하게 임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경험 덕분에 미용사 친구와 개인사업하는 친구 명함도 만들어줄 수 있었고, 그런 과정들이 모두 즐겁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처음이기에 서툴고 긴장했지만, 그만큼 배움과 성취감도 컸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